지난 7월 31일, 한 탈북 여성과 그녀의 아들이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10년전인 2009년, 목숨을 걸고 북한에서 탈출하였으나, 인신매매에 휘말려 한 중국 남성에게 팔려갔으며, 그와 아들 둘을 낳았지만 임신 중까지 이어진 수 차례의 폭행에 못 이겨 중국에서 남한으로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한에 정착하려는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장애로 인해 직장을 포기해야만 했으며, 남북하나재단의 지원은 6개월 만에 끊겨 무일푼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직장동료들은 수개월간 연락 두절된 한성옥씨가 생활이 버거워 중국으로 돌아갔을 거라 여겼지만, 그녀와 그녀의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극도로 마른 시신에 자살기도의 흔적은 없었으며, 집안에 먹을 것이라고는 쌀 한알 소금 한톨마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은 사인이 아사로 추정된다고 한다.
고 한성옥 씨는 월세와 핸드폰 요금은커녕 수도세 등 어떤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이로 인해 생사를 오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구조요청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간질이라는 장애로 인해, 아마도 그녀는 상당히 오랫동안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지난 20년간 거의 모든 공중전화부스를 철거했기 때문에 그녀는 경찰에 구조요청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화요금을 감당할 수 없었던 한씨로서는, 아이가 자신과 함께 굶어 죽어가는 처절한 상황에서조차 어떤 도움도 구할 방도가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핸드폰 요금을 낼 돈이 없다는 사실이 과연 두 모자의 죽음에 그토록 치명적인 원인일까? 그것도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말이다.,
스마트폰의 출현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사적 공적 신분확인 시스템은 철저하게 모바일 통신장비 속으로 흡수통합 되어버렸다. 은행계좌 개설, 군복무 지원, 신용카드 사용 및 계약 등 생활전반의 필수적인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개인의 신분확인절차를 요구한다. 한국에서 휴대폰 소지는 사치가 아니라 치명적인 필수품이다. 휴대폰 없이는 어느 누구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신분을 확인 받을 수 없으며, 이는 사회적 매장을 뜻한다.한국의 모든 절대빈곤층은 이런 상황에 고통 당하고 있다.
두 모자를 기리고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몇몇 단체가 지난 8월 14일 광화문플라자에 설치된 분향소로 모였다. 단체들은 문재인 행정부의 해명과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길가던 많은 시민들이 이번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며 동참하고 있으며, 여러 야당 국회의원들과 인권운동가들도 이들 모자를 추모하고 뜻을 같이하기 위해 속속 분향소를 찾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에 어떠한 공식적인 대응도 하지 않고 있으며, 대다수 주류 언론조차 이 사건을 외면하며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정부는 이번 비극의 심각성을 똑바로 직시해야만 한다. 사회적 약자가 굶주림에 사망했다 그것도 자칭“복지국가”요 “선진국”이자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완전한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약속한 대통령이 집권 중인 국가에서 말이다.
문재인이 공약을 지킨 게 있다면, 딱 하나가 있긴 하다: 바로 “이제껏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
북한과 달리 먹을게 없어서 사람이 굶어 죽는 사건은 지난 수십 년간 있을 수 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이번 참사가 벌어졌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말의 신경이라도 쓰고 있다면 이 상황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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