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 간 ‘깜짝’ 정상회동이 열렸다. 이에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파격적인 제안과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호응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격찬했다. 그리고 이로써 남북에 이어 미북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는 문 정권이 미국과 북한에 대한 실체 인식 및 한반도 안보상황 인식에 있어서 얼마나 무지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6·25전쟁의 당사국인 세 나라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것 자체는 ‘역사적 사건’이 맞다. 그러나 판문점 회동이 북핵 해결과 관련해 유의미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내려놓고 ‘착한 나라’로 변신하는 진정한 변화를 보일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 북한이 핵 능력의 일부만을 내주면서 안보 보상과 경제 보상을 받아가는 ‘가짜 비핵화’로 귀결된다면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캠프 보니파스에서 “대화만이 평화로 가는 수단”이라고 말한 것은 ‘국제정치는 오직 힘의 정치요 강대국 정치’라는 기본상식의 결여에서 나온 무지의 소치이다. 대화는 평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인 것은 맞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역사는 힘과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은 대화가 참극을 불러일으킨 사례를 너무 많이 간직하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외교 공조, 확고한 안보 태세, 튼튼한 동맹 및 강력한 연합방위 태세 유지는 북한의 ‘진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며, 다소 늦더라도 돌다리를 두들겨 가듯 수행해야 하는 것이 국가안보이다. 대한민국 안보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으면서 북한 환심 사기에만 골몰하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에 심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군만이라도 부릅뜬 두 눈으로 북녘을 주시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