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은 지난 12일 공동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핵 관련 특별정상회담을
마무리 지었는데, 이 성명서를 통해 트럼프는 북에게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A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은 "매우 위험한 문제" 를 처리하겠다고 다짐했으며, 김정은은 "세계를 위한 중대한 변화" 예고를 맹세했다.
이번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합의에는 주로 이전의 공식 성명과 과거 약속들을 강조했을 뿐, 자세한
세부항목들은 빠져있었다. 미국과 북한간 실질적 전쟁상태를 종결하는 절차를 위한 합의사항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성명서를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 구축"과 한국 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과 실종자들의 유해 본국 송환을 약속했다.
사진 기자들은 폭이 넓은 2페이지짜리 협의서 사진을 캡처했는데, 백악관은 이를 즉각 발표하지
않았었다.
싱가포르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가진 일련의 회담 후 공식성명서에 대한 조인이 이어졌다.
무대의전까지 갖추고 싱가포르의 한 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번갈아 줄지어
늘어서 있는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 앞을 가로질러 박수갈채를 받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나란히 입장했다. 회담에는 일대일 면담과 참모들의 추가회담
및 업무를 겸한 오찬이 포함되었다.
역사적인 평화의 길로 가는 과정으로 기록될 수도 있고, 아니면 증가하고 있는 핵 위협을 일으킬
소지도 있는 이번 회담 내내, 양국 지도자 모두 낙관론을 피력했었다.
김정은은 회담 자리에 앉는 것 자체를 "평화를 위한 훌륭한 서곡" 이라 칭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양국이 상황을 잘 수습하도록 협력할 것" 을
약속했다.
조인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김정은과 "여러 번 만나게 될 것" 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질문에 답하며, 그는 "반드시"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대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번 회담을 "역사적 회담"이라 치켜세우며 그들이 "과거를 묻어두기로 했다"고 하기도 했다.
북한이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한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기자들이 북한에 구금되어 있을 당시 뇌 손상으로 고통당하다 2017년
6월 오하이오의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불과 며칠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를 포함한 질문들을
쏟아내느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회담 준비 기간 중, 트럼프는 그들 두 사람이 핵 협정을 타결할 수도 있고 혹은 단일 회담이나 아니면 수일간에 걸친 회담 과정을 통해 한국전쟁의 종전을 공식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회담 불과 얼마 전, 백악관에서 의외로 트럼프가 예상 - 화요일
저녁 - 보다 빨리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했다는 발표를 내보내자, 그의
회담 결과에 대한 야심 찬 포부가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현직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간에 이루어진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의 이목을 의식하던 김정은은, 보게 되리라고는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이 순간을 시청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여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단독 면담 및 참모 배석 회의를 마치고 트럼프와 김정은은 꽃으로 뒤덮인 긴 테이블에서 오찬을 함께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오찬 회장에 들어서며, 트럼프는
"모두들 사진 멋지게 찍었나요? 우리 다 핸섬하고 날씬해 보이게 말이에요. 완벽해요" 라며 이날의 특별한 이벤트에 다소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소갈비 요리와 중국식 새콤달콤한 돼지고기 튀김으로 식사를 나눴다.
그리고 잠깐 산책을 함께 하기 위해 식사 자리에서 빠져 나오며, 트럼프는 자신의 북한 카운터파트에게 최첨단 방어설비로 유명한 자신의 리무진, 비스트의 내부장식을 구경시켜주며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비평가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트럼프가 김정은을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지위로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는 정당성을 갖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두 지도자들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과 월요일
밤 반짝거리는 싱가포르 해안가를 따라 한밤중의 산책을 즐기던 김정은의 모습을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김정은은
자국민을 상대로 끔찍한 인권유린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번 회담은 김정은에게 거대한 승리이며,
핵 억지력으로 무장당하기는 했지만 그는 이제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면담이라는 특권과 함께 정치적으로 커다란 선전물을 챙기게 되었다."고 워싱턴에
있는 국제위기그룹의 동북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브릭은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러한 코멘트에 대해 대응했다. "비방을
일삼는 루저들은 내가 이번 회담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미국에게 중대한 손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왔고 (핵)실험과 발사는 중단되었다"고 덧붙였다.
전세계 모든 이들이 예상하던 대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화요일, 회담 전 거의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과 여러 관료들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각료 회의 직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미북 정상회담 보도를 시청했다.
이번 회담을 정점으로 지난 며칠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외교정책활동을 마무리 지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캐나다에서 가진 G7 선진 공업경제주체들과의 회담을 통해 서구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들과
멀어지게 만들며 동맹국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과거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맹렬히 비난하며 트럼프는 G7 회담 주최자인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뤼도를 향해 모욕적인 언급을 불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G7 회담장을 일찌감치 박차고 나와 싱가포르를
향해 날아가며 G7 회담의 전통적인 공동성명서에서 미국이 발을 빼버렸다고 트윗을 날렸다.
낙관적인 회담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해 "화염과
분노"의 위협을 가하고 김정은 역시 미국 대통령을
"정신 나간 노망난 미국 늙은이" 라 맞받아쳤던 때로부터 일년도 채 안된
기간 동안 벌어진 놀랄만한 역학변화였다. 양 지도자들의 정치적 행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이번 회담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 - 빈곤으로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과
북한 핵 위협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수천만의 사람들 및 전세계 수억의 인구- 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도
있었다.
핵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강제적인 북한정권교체를 불러올 (미국의) 기존 억지력에 항복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북한의 염려를 내비치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미국은 북한에게 제공할 "충분한 확실성"을 행동으로 옮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한 조치에 한반도에서의 미군철수 가능성이 들어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함구했지만, 미국이
이전에 기꺼이 제공하고자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고 독특한 안보 보장책을 준비해 놓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고도로 발전시키며 심각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에 직면해왔다. 폼페이오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조치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입장을 단단히 고수해왔으며, 만약
외교적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전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제재조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로 거의 미국 본토 전체를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김정은이 어렵게 손에 넣은
핵무기를 서둘러 포기할지에 대해 깊은 회의론을 보이는 한편, 외교관계가 미국과 북한 간의 적개심을 대체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 또한 품고 있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이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