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중국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을 도용해 고품질로 제작한 짝퉁인 이른바 '슈퍼 페이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198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외국 자본을 장려했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많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단숨에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이들 브랜드를 베낀 짝퉁 제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산 짝퉁 제품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의 유사품을 살 수 있게 하는 한편, 제조업체는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게 했다.
1980년대 중국의 짝퉁 제품 시장은 300억 달러, 한화 약 41조 4,570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2021년에 들어서 짝퉁 시장은 6천억 달러, 한화 약 829조 2,600억 원 규모로 성장해 전 세계 무역의 2%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또한 전 세계 짝퉁의 80%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과거 중국의 짝퉁 제품은 품질이 비교적 열악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OEM 생산 방식 등을 통해 오리지널 브랜드의 기술을 습득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고품질 모조품을 출시하기 시작해 고품질 짝퉁 시장을 형성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정품 브랜드와 유사한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푸젠성의 푸톈시는 신발 제조 도시로, 이곳에서 생산된 짝퉁 신발의 품질은 정품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푸톈 시장은 "나이키 신발을 2년 신고 망가지면 진짜 나이키 신발이고, 3년이 지나 망가지면 푸톈에서 만든 신발"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푸톈은 특정 국가에 특혜를 주고 있어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이곳에 OEM 공장을 설립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기회를 노리던 푸톈 상인들이 위조품 생산 라인을 개발해 짝퉁을 전문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푸톈에서 300km 떨어진 윈샤오 현은 중국 짝퉁 담배의 고향으로 불린다. 20년 넘게 수많은 짝퉁 담배가 생산돼 전국 짝퉁 담배 시장을 장악했고, 유럽과 미국에도 유입됐다.
윈샤오 현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당국이 위조 담배 방지 활동을 시작했지만, 금전적인 이익 앞에서 이러한 노력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윈샤오의 짝퉁 담배 제조업체들은 지하에서 가짜 담배 조립 설비 라인을 운영하며 당국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미국의 음료 브랜드인 펩시 콜라는 중국에서 '바이스커러'라고 불린다. 그러나 중국에 또 다른 콜라 브랜드인 '완스커러'가 있는데, 두 브랜드는 포장 색상이나 로고가 매우 유사하다.
중국의 짝퉁 제품 문제는 상표권 문제로도 이어졌다.
마이클 조던과의 협업을 통해 발매하는 나이키 산하 에어 조던은 1999년 중국에서 조던 짝퉁 브랜드가 등장한 것을 확인했다.
정품 에어 조던은 브랜드 권리를 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중국 법원에서 1심과 2심, 최고인민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조던 짝퉁은 오히려 에어 조던을 상대로 권리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에어 조던은 공개 사과와 함께 30만 위안(한화 약 5718만원)을 물어내야 했다.
일본의 유명 브랜드 무인양품은 1999년 중국에서 상표를 등록하려 했지만, 2000년에 이미 중국 기업이 동일한 상표를 등록한 것이 확인됐다. 결국 일본 무인양품은 소송에서 패소했고, 영어 'MUJI'만을 사용해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해야 했다.
중국의 현지 법률은 상표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먼저 등록한 쪽이 상표의 소유권을 가진다.
일본 무인양품은 1999년 중국 상표국에 무인양품 상표 등록을 신청하면서 카테고리 1에서부터 45까지 거의 모든 상표를 등록했지만, 그 중 카테고리 24인 면직물·수건·순면이불·시트·침대보·이불 커버 등 침구 제품이 등록에서 누락됐다.
이후 2000년경 하이난 난화 실험 무역회사는 무인양품이라는 이름으로 카테고리 24류 상품 상표를 등록한 후 상표를 베이징 면전방직물 유한공사에 팔았다. 이후 베이징 면전방직물 유한공사는 베이징 무인양품을 설립하고, 중국에서 이 상표를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받았다.
상표권을 빼앗긴 원주인 무인양품은 침대시트·이불커버 및 기타 침구 제품의 상표에 무인양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베이징 면전방직물 유한공사는 일본 정품 무인양품을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했고, 일본 무인양품 측은 대부분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2015년 베이징 면전방직물 유한공사는 무인양품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했고, 일본 무인양품은 패소해 62만 6천 위안(한화 약 1억 132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베이징 면전방직물 유한공사는 일본의 무인양품이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다시 고소했고, 일본 무인양품은 또다시 패소해 40만 위안(한화 약 7624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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