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GPS 전파교란이 심각한 국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7년간(2010~2016.8월말)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16일까지 총 4차례 북한의 GPS 전파교란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민간항공기 GPS 전파교란 신고접수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2,143건에 달하고, 민간선박은 980건에 달하는 등 북한은 국가 핵심기반분야 및 서비스, 항공기·함정·정밀유도무기 등에 GPS 전파교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방과학의 전문가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DTAQ),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방위사업 획득 전반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군의 전술을 총괄하는 합참 및 육·해·공군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에 어떤 GPS가 탑재되어 있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원회 이철규 의원(새누리당 동해·삼척)에게 제출한 북한의 GPS 전파교란 대비 체계 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합참의 최초 소요제기 실패로 전력화 기간이 2년 여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4월, 합참은 북한이 보유한 GPS 전파교란 능력 대비 우리 군 항공기의 GPS 항재밍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 북한의 GPS 전파교란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동 사업은 장기소요 결정 4개월 뒤인 2012년 8월,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 받아 중기소요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소요결정에 문제가 발생해, 2013년 12월에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해군의 해상초계기 및 공군의 대통령 지휘헬기, 육군의 공격헬기에 대한 전력화시기를 수정하게 되었다. 이 이유가 각 군이 운용하는 장비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황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총 71회 탑승한 것으로 확인된 대통령 지휘헬기의 경우, 2012년 4월, 당초 소요결정 당시, 북한의 전파교란이 발생하면 이를 극복하는 특정 A장치가 대통령 지휘헬기에 내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제외하였으나, '항공기별 GPS 장착 운영상태 실사 및 세부 기술검토 결과' 실제 장착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초계기 소요 수정 사유는 더욱 황당했다. 해상초계기는 대잠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항공기로, GPS가 두 개 탑재되어 있어 타 항공기에 비해 두 배의 소요가 필요한데도, 초기 소요 결정 과정에서 몇 개의 GPS가 탑재되어 있는지 도 알지 못해 일부만 반영한 것이다.
또 육군 공격헬기의 경우, 특정 A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나, 기술조사 결과 특정 A장치 장착이 불가능한 구형 GPS가 탑재되어 있어 신형 GPS로 완전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소요결정 당시 합동참모회의에 참석한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모두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소요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국방과학의 전문가인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한국국방연구원과 방위사업 획득 전반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은 물론, 동 사안과 관련된 합참의 모든 부서가 검토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동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북한의 GPS전파교란은 정밀유도무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주요 위협요소”라며, “북한의 도발 위험이 급증하고 있지만, 군을 통솔하는 합참의장과 각 군의 참모총장들이 우리 군 전력에 대해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기술품질원, 한국국방연구원과 국방 전력화 핵심 기관인 방위사업청 등 전문기관들이 초기 소요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것은 소요결정 절차에 허점이 있거나 옥상옥 제도로 전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본 사안에 대해 관계자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