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이 사용할 공중급유기로 어떤 기종이 선정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를 보였던 공중급유기 사업에서 미국의 보잉 KC-46A가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에어버스사의 A330-MRTT가 선정되었다. 입찰 당시 큰 주목을 끌지는 못하였지만, 이스라엘 IAI사는 10~12년 정도 사용된 보잉 767-300ER 중고 기종을 보잉사의 KC-46A와 동일하게 개조하여 공급하겠다고 방사청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인 IAI사는 2014년 기준으로 약 100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로 우주·항공·해상·지상용 방산장비 제작 및 항공기 개조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이다. IAI사는 매출 중 이스라엘 국내 비중은 약 20% 정도이고, 해외수출이 약 80%인 수출형 강소기업이다. 이 기업은 서방국가의 항공기 뿐만 아니라, 러시아제 항공기 개조, 여객기를 수송기로 개조, 수송기를 조기경보기로 개조하는 등 다양한 실적을 쌓았으며 아이언 돔과 같은 첨단 무기체계를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첨단 무기체계를 수출하고 각종 항공기 개조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IAI사가 처음부터 첨단 기술기업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이 1950~1970년대 1~2차 중동전쟁 등을 거치면서 중동에서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자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에 무역봉쇄 등 다양한 금수조치를 취하였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지킬 무기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독자적으로 무기들을 개발하여 실전에 배치하였고, 실전에서 발견된 개선사항에 대해서 끊임없이 개량을 하다 보니 현재와 같은 기술력이 축적되게 된 것이다.
당초 이스라엘은 프랑스 미라주 전투기를 모방하여 독자적으로 ‘크피르’라는 전투기를 제작하여 약 220대 이상 생산하는 등 전투기 개발에도 뛰어들었으나, 이스라엘 자체 경제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매번 첨단 전투기를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개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어 과감하게 독자적인 전투기 생산을 포기하고 항공기 개조 및 항공기용 항전장비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자국 방산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불편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한 팀이 되어 움직였다. 이런 부분들을 잘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화학공업, 조선업, 철강업, 기계공업 등을 일으킨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지금 첨단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기술력도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성장배경과 유사한 길을 걸어오면서 축적이 된 것이다. 이런 점들을 잘 분석한다면 침체기로 접어든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함용 통신체계, 해외업체 1000만불 요구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100만불에 납품’
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은 “우리 중·소 방산기업들의 기술력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건조한 이지스함 3척에 탑재된 통신장비의 경우 당초 해외업체가 1000만 달러가 넘게 요구를 하였으나, 국내 중소기업인 ‘휴니드테크놀러지스’사가 약 100만 달러에 납품을 하였다. 해외업체에서 개발하는 것 대비 약 90%의 국방비를 절감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국내에 도입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필요한 통신체계의 경우도 ‘휴니드테크놀러지스’에서 미국 레이시온사에 수출을 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조립과정을 거쳐 국내 공군에 납품된 것이다.” 라고 밝혔다.
또, 채우석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제품이 해외 업체에 수출되어 역수입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이 모자라서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을 만들어도 국산제품이라고 천대하면서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하는 풍토가 큰 문제다. 또, 중간에 방산물자 구매계획과 개발계획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국내 업체들이 투자계획 및 개발계획을 잡을 수가 없어서 기술이 있어도 생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상황이다.” 라고 밝혔다.
이런 지적들은 지난 7월 29일 대전 충남대에서는 개최되었던 ‘방산선진화포럼’에서도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이날 포럼에서 충남대 군사학부 길병옥 교수는 “방위산업의 경우는 국가안보전략이라는 비경제적 고려사항이 포함됨에 따라 운영이 복잡하다. 그러나, 약 13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을 때 151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방산기업 육성을 위한 예산 및 조직·제도의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라고 밝혔다. 또, "방산기업 우대품목을 지정하여 방산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공정거래질서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들의 협력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재진 텔트론 대표는 "날아다니는 오토바이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각각 해당 기술은 모두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종합적으로 지휘하여 조립할 수 있는 지휘체계가 전무하여 신상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핵심기술이 있어도 정부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처음부터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제품들은 아예 안 쓰려는 경향이 있다." 고 밝혔다.
한영명 KAI 기술자문위원은 "방위산업이 내수에 의존하게 되면 고정된 마진이 있기 때문에 국내 기술기업들을 쓸 이유가 없어지게 되고 모든 것을 대기업이 다 해도 되지만, 수출을 하게 되면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업체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되므로 수출을 많이 하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사이에 상생협력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국의 경우 군사안보 전략과 같은 보편적인 내용부터 취급주의가 요구되어지는 군사기밀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가만 받으면 다 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소한 것 모두가 군사기밀로 묶여 있는 관계로 국내 업체들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방산기업의 경우 적정이익이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방산업체들의 이익률은 3~4%대에 머물고 있어, 방산기업들이 그 기술력을 민수로 전환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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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삼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방산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도 방산에서 철수하는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군사전력 증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방산기술의 경우 연구개발에서 납품까지 민수용 제품에 비해 훨씬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정부의 지원은 매우 부족하여 양산단계에서 자금력 부족에 허덕이는 경우도 매우 많은 상황이다.” 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 45년간 25조원 투입하여 297조원 경제적 파급효과 올려
1970년 8월 6일 박정희 대통령이 각 군에 흩어져 운영되던 무기체계 개발 업무를 한 곳으로 통합하여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를 창설한 이래로 2015년까지 45년간 총 25조원이 연구개발비로 투입되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297조원에 달한다고 국방과학연구소 정홍용 소장은 ADD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내 방위산업의 현재 상황은 매우 암울한 상태이다. 17년 전에 배치된 K-9 자주포의 경우 17년간 업그레이드가 전혀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기술력 단절이 심각한 수준이며, 향후 업그레이드 계획이 없기에 수출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17년 전에 개발한 소나타 자동차에 대해서 판촉행사를 한들 팔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업그레이드가 안 된 노후 장비들이 즐비하게 우리 군에 보급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군은 고비용 저효율의 군사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기술 개발 모델이 총 9가지나 되기에 탄력성 있게 개발을 할 수 있고, 그에 맞게 방산물자들을 조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조달체계가 획일적이어서 기업에서 최첨단 신제품을 개발해도 군에 납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기에 업체에서 개발한 최첨단 무전기를 군에서 도입하지 못해 구식 무전기를 가지고서 작전에 투입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전투력 약화 현상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이용환 전무이사는 “방산제품들을 모두 뜯어보면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이 거의 없다. 모두 숙련공의 수작업에 의해서 제품생산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위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고용 없는 성장’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국산 IT 기술과 접목하여 선진 해외업체와도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다. 선진 해외업체들의 기술과 국내 기술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수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증세 없는 복지’ 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방위산업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