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력 일간지 쥐드도이체 짜이퉁(SZ)은 8월 10일 터키 리라화의 붕괴에 대해 보도했다.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보는 외환시장에 공황을 불러 일으켰고, 터키 리라화의 폭락이 가속화 되고 있다. 리라화는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데, 8월 10일 오후 정점에 다달아 23%에 이르렀다. 이것은 2001년 이래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였다. 터키의 화폐가 이미 오전에 13%의 가치하락을 기록한 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통보가 나온 것으로 매우 놀라운 상황이었다.
터키 리라화의 약세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약품과 같은 주요 수입품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또한 많은 터키인들이 받아들였던 외국화폐발행 채권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터키는 더욱 강도 높게 해외자본에 의존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대출이자를 요구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상환불능 사태가 닥쳐오게 되며, 다른 중진국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SZ는 터키 재정위기의 주요 의문사항에 대해 답변을 해본다.
화폐가치 폭락은 터키국민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외국화폐가 비싸졌기 때문에 대다수 터키인들은 더이상 해외여행을 즐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분노를 위트로 해소한다. 한 만평은 다음과 같은 재치를 보여준다. 한 야채상이 방금 1kg의 감자를 산 고객에게 "혹시 선물로 포장해 드려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제 개입해야 할까 아니면 터키 스스로 이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까?
IMF는 대출을 통해 도와줄 수 있다. 물론 이런 지원 프로그램에는 항상 조건이 따르게 마련이다. 터키정부는 IMF가 제시하는 경제개혁을 시행해야만 할 것이다. 터키 정부가 과연 그렇게 할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다른 한편으로 화폐위기는 종종 아주 위험한 동력으로 발전하곤 한다. 터키 국민들은 리라화로 저축한 돈을 유로화나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할 수도 있다.
이런 자본도피는 터키의 은행부문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터키는 해외대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위기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엄청나게 높은 이자를 제공해야만 대출을 승인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터키가 더이상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는 시점이 다가오게 될 것이다.
다른 중진국의 위기상황과 비교해 터키의 경우는 얼마나 나쁜가?
터키의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위기상황은 금융시장의 신뢰회복을 강화하는 몇가지 정치경제학적 대처방안으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통화위기의 쓰라린 종말은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부도 사태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채권자와의 기나긴 대출금 전환협상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종국에는 수 많은 은행이 손실을 떠안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한다.
터키위기는 지속될수록 다른 중진국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8월 10일 러시아의 루블과 남아공의 란드도 동시에 평가절하 됐다. 증권가의 소식통에 따르면 터키의 이상기류가 이를 유발한 요인이고, 그 이유는 투자자들이 촉발한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한 중진국이 약점을 보이게 되면, 투자자들은 다른 중진국들에 대한 금융지원도 멈춰버린다.
터키 금융위기는 터키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있는 독일 예금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몇몇 독일인들은 터키계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돈을 예금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독일은행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런 터키 은행들은 대체로 독일을 제외한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지점을 두고 있다. 바덴-뷔르텐베르크주 소비자센터의 금융전문가인 닐스 나우하우저는 "이런 예금자의 위험요인은 터키나 리라화에 있는게 아니라, 유럽의 예금보호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EU 역내 모든 예금자들은 10만 유로에 대한 보호를 받는다는 안전규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나우하우저는 경고한다. "우리는 금융위기나 대형 은행파산 사태시 예금보호기금의 지불준비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 줄 수 있을지는 결국 정치적 의지나 국가의 금융파워에 달려있는 것이다. "정치가들이 국내의 세금을 외국인 예금자 보호에 투입할지는 알 수 없다."고 나우하우저는 말한다. 그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우리의 견해는 이렇다. 만일 국내 예금보호시스템에 연계되어 있는 은행에 돈을 예탁한다면, 독일내 예금자들은 최상급의 안전을 보장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터키의 금융위기가 독일과 유럽의 은행들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유럽중앙은행의 은행감독원은 몇 주째 터키와 터키의 기업들에게 대출을 제공한 기관들의 재무제표를 조사하고 있다. 국제 지불청산은행(BIZ)의 데이터에 의하면, 스페인계 은행들이 820억 달러를 터키에 투자했고, 프랑스계 은행들이 350억 달러, 독일계 은행들이 170억 달러를 터키에 대출해 주었다. 현재까지 유럽은행들에게 체계적인 위험이 몰아치지는 않았지만, 개별 신용대출기관들은 터키의 지불중지 사태가 오면 위험에 빠져들 수도 있다.
코메르쯔방크와 도이체방크의 주식은 8월 10일 터키에 대한 근심에 휩쓸렸고, 양사 모두 뚜렷한 주가의 하락세를 보여 주었다. 독일의 기관투자자들은 스페인, 프랑스 및 이태리의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았다. 코메르쯔방크는 자체 중간보고를 인용해 터키 관련 대출 및 무역리스크가 25억 유로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단기적이고 전반적으로 확고한 무역업무에 관한 문제들로, 은행 내부에서는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이체방크는 아직까지 터키를 비지니스 보고서의 리스크 국가 명단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터키 리스크는 잘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독일경제는 어떤 결과를 두려워 해야 하나?
올해 들어 5월까지 터키에 대한 독일의 수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거의 20%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리라화의 약세는 이제 이런 수출가격이 터키에서 한층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6월 수출이 이미 6% 가량 하락했다. 대외무역협회(BGA)는 터키의 구매력 저하가 독일경제에게 "쓰디 쓰다"고 토로한다. 독일의 수출업자에게 터키는 중요한 시장이다.
마찬가지로 터키에게도 독일은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이고, 대 독일 수출도 증가하고 있었다. 리라화의 약세로 터키제품은 더욱 저렴해지고 있다. 결국 터키의 대 독일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 확대될 듯하고, 독일기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줄어들 것이다. 독일상공회의소 (DIHK)의 대외경제국장 폴커 트라이어는 "기업들은 지난 2년간 형성된 신뢰상실로 인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정적인 것은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현재 6,500개 독일기업이 터키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이 대략 12만 명을 현지에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연방정부는 앙카라 정부가 비상사태를 해제함에 따라 헤르메스 상한선(수출보증보험 상한선)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터키 비지니스에 대한 신용대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상반기에 오직 미국과 관련된 수출보증보험만을 떠맡았다. 그러나 터키에 진출해 있는 수 많은 독일기업들은 리라화의 폭락을 매우 다른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최종 완성품 생산을 위해 대체로 유로화 사용국들에서 이뤄지고 있는 부품생산을 포함한 사전작업 비용이 상승하고 있고, 이는 곧바로 최종제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당분간 관망하고 있겠지만, 폴커 트라이어는 "독일기업이 아직 터키에서 철수할 조짐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박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