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
지난 2월 29일 한국과 미국의 우주협력협정이 체결되었고 서명만 남았다고 미래부는 밝혔다. 2010년부터 우리 정부가 미국과 우주협력을 위해서 물밑 작업을 추진한 결과가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시아 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이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일본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협조하였고 우주분야의 기술력, 위성발사 수, 개발자금 분담 등 모든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번 한·미 우주협력협정 체결로 우리 정부는 미국 NASA의 지상시설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우주통신, 달·화성 탐사 등 우주기술 전반에 걸쳐 기술지원을 받게 되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달 탐사선을 발사할 경우 일부 공간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하였다. 누가 보더라도 미국이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다. 미국이 달 탐사 능력이 없어서 우리 정부에 일부 공간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그들의 기술을 우리에게 넘기겠다는 것일까?
미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캐나나 등 세계 10개국과 우주협력협정을 맺고 있는데, 러시아와는 우주정거장을 공동으로 운영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로부터는 우주 발사체 부품들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주협력협정을 맺고 있는 것이다. 또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는 미국의 우주 관찰용 망원경 등 우주산업 관련 시설들이 위치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맺은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한국에게 상납에 가까울 정도로 우주기술을 제공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잘 분석하여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 중국 견제할 한국 군사력 절실 ‘우주기술 줄게 중국 견제해 줘’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쉽게 설명하면 경제가 급속하게 침체되고 있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자극하여 군비증강의 덫으로 유도한 뒤 파산시켜 공중분해 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절 구소련을 우주개발로 끌어들여 파산시켰던 전략을 그대로 중국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한다는 명분을 들어 미국의 특수부대들과 전략자산 및 전쟁물자들을 한반도로 지속적으로 옮기고 있고, 또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서 한반도에 사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한국은 강력한 육·해·공군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군이 단독으로 한국군을 격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우주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다는 것은 한국군의 역량이 우주까지 확장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중국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능가한다는 것이 이번 세기에 불가능한 상황인 것을 인정하고 있기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지만, 작은 국가인 한국군에게도 밀린다는 것은 대국으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군비증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단적으로 미국의 전략은 한국의 군사적 역량을 우주로 확장시켜서 중국을 견제하는 최선봉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미국, 한국에 우주기술 제공 ' 핵무기 개발만은 자제해 주세요'
그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국과 우주협력을 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한국의 핵무장 의지를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핵실험 없이도 원하는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각종 기술력 및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직면해 있기에 핵무장에 대한 국제적 명분까지 갖추게 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서 정치권에서 핵무장론장이 고개를 들자 미국이 화들짝 놀란 것이다.
이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수차례 재천명 하였지만, 2002년 6월 13일 발생하였던 ‘효순이·미선이 사건’과 2008년 ‘광우병 사태’ 등을 통해서 한국의 국민성에 놀란 바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확산되기 전에 진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한국은 한번 불이 붙으면 끌 수 없으며, 명분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민족이라는 것을 미국이 잘 알기에 자신들이 애써 개발한 우주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선수를 치면서 한국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대목에서 미국의 조급함을 잘 엿볼 수 있다. 2월 29일 한·미 우주협력협정 체결 소식이 발표되던 날, 한·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의 모든 전력을 활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또 2월 24일부터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서 한·미 양국이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X)을 실시했으며, 25일에는 미국의 핵무기 탑재용 ICBM인 미니트맨Ⅲ의 발사 장면을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 등 한국 대표단에게 미국이 공개하였다고 밝혔다. 그 뿐만이 아니라, 미국은 미 본토가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요격하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 시설도 우리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공개를 하였다.
이 의미는 ‘우리가 핵미사일을 총동원해서라도 한국을 방어할 것이니, 한국은 핵무장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핵무장을 위한 기술·자금력·명분을 모두 갖춘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할까봐 미국이 얼마나 노심초사 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된 자주국방, 평소 꾸준한 국방기술투자가 외교적 성과로 확대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할까봐 미국이 자신들의 1급 군사기밀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설과 방어시설까지 공개를 하고 한국에 우주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우리 정부가 평소에 국방과학기술에 꾸준하게 투자를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해도 미국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자, 답답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 하면서 핵개발을 공개할 정도로 미국은 한국을 무시하였다. 결국 미국의 매우 간단한 압력에 핵무기 관련 재료와 시설들을 판매하려고 했던 국가들이 판매하지 않아서 핵무기 개발은 좌초되었지만, 한국군 현대화와 관련하여 미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목적을 겨우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술력도 없고 경제력도 없었던 한국은 당시에 철저하게 서러움을 당했지만 지난 40년간 자주국방을 위해 방위산업과 중화학 공업에 꾸준하게 투자를 한 결과, 아시아의 군사강국으로 발돋움하였음은 물론 세계 6대 수출대국이 되었다. 소총 한 자루 만들 능력이 없어서 미국에 구걸하다시피 사정하여 겨우 소총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던 한국이 이제는 전차, 자주포, 잠수함, 함정, 미사일, 전투기를 수출하는 수준에 올라섰음은 물론,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천명하면 할수록 미국과 주변국이 긴장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적은 예산과 짧은 개발기간에도 불구하고 ‘월화수목금금금’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하였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술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인 것이다. 만일 우리가 평소에 군사기술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막대한 무기들을 해외에서 조달해야만 했기에 경제가 이미 파탄이 났을 것이고, 북한과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이 핵무기를 동원해서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1950년 1월 12일 미국은 애치슨 라인을 선언하면서 한국을 극동방위선에서 제외시켰고, 같은 해 6월 25일 실제로 북한이 남침을 하였다. 1950년대에는 한국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버렸지만, 지금은 한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군사력과 경제력이 급성장 하였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평소에 군사기술 개발 못한 일본, ‘한·일 경쟁에서 낙오하다’
평소에 국방과학기술에 투자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 바로 일본의 경우이다. 일본은 그 동안 평화헌법에 묶여서 공격용 무기들을 개발하지 못하였다. 일본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들에는 100% 방어용 미사일들만 탑재되어 있어 보복공격이 불가능한 반면,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에는 방공미사일과 적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km급 함대지 미사일이 함께 탑재되어 방어 뒤에 바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
또 일본의 F-15J의 경우 공대공 미사일만 장착이 가능하여 적기가 일본 영공을 침공하는 것을 방어할 수는 있지만, 공격용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없어 적진을 폭격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각종 미사일을 방어는 할 수는 있지만,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공격용 미사일이 없기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에게 보복공격을 당할 염려가 없어서 그다지 두려운 상대가 아닌 것이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10km 행군이 대서특필 될 정도로 훈련이 부족하며, 작년에는 일본 국민들과 외신을 모아 놓고 전차 시범기동을 하던 중 전차 궤도가 완전히 빠져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하였다. 일본이 해병대를 만든다며 오스프리 수송기를 10대나 구매하는 등 전력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고, 북한 붕괴 시 북한지역에 상륙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지만 상륙전 역량이 장비만 갖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에 중국에게 일본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미국 해병대가 일본 자위대와 최근 훈련을 많이 하는데, 훈련을 하면 할수록 일본이 중국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으며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오는 것을 해상에서 방어하는 것 외에는 써먹을 가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일본이 아무리 공격용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 수 십 년간 공격용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훈련을 한 한국군의 군사적 역량과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갈고 닦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역량이 일본 자위대의 역량보다 더 탁월하다고 미국이 판단하였기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하고 그들의 핵심 기술인 우주기술을 넘겨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지난 40년간 자주국방을 추진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도 방위산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이를 통해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항공우주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수출의 효자산업으로 방위산업을 활용하여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 관련 비리는 철저히 응징해야 되겠지만 이로 인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과 전략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약력 >
- 1972년 육사 28기 졸업
- 1982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경영학 석사학위 취득
- 198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 2001년 준장 예편
주요 군경력
- 육군본부 관리측정장교, 비용분석장교, 전사편찬과장 역임
- 국방부 평가관리관실 지상장비평가과장, 획득개발국 획득 3과장, 획득기획과장
- 국방부연구개발관, 조달본부 외자부장, 조달본부 차장 역임
- 서울대, 한양대, 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성균관대, 고려대, 전북대, 건국대 초빙교수
- 현 한국방위산업학회장, 현 방산선진화포럼 회장
- 저서 “방위산업, 창조경제 현장을 가다.”(공저)
- 보국훈장 천수장 및 삼일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