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6일 여·야 정치인들은 ‘최순실 관련 청문회’를 한다며 바쁜 대기업 CEO들을 불러 놓고 수준 낮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대기업 혐오증’을 국민들에게 전파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CEO들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음지에서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는지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대기업 CEO들이 음지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6년 10월 15일(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1996년 9월 24일 미 FBI에 의해 간첩혐의로 체포되어 징역9년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고서 자유의 몸이 된 ‘로버트 김(김채곤)’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모은 편지들을 묶어서 ‘로버트 김의 편지 - 사라진 20년, 435통의 편지’라는 책을 출간한 것이다.
‘로버트 김’은 출판기념일 하루 전날, 본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국이 어지러워 걱정이라는 심정을 밝혔다. 1996년 체포될 당시에도 한국은 북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많은 정보를 주었는데,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또 자신이 수감생활을 하던 중,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시고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한화 김승연 회장이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로버트 김’은 자신이 미국의 스파이 혐의로 몰려서 체포되었기에 한국에서 방위산업을 하고 있었던 김승연 회장이 자신을 도와준다면 미국에 낙인이 찍혀서 사업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후원을 해 주어서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로버트 김’은 김승연 회장처럼 뚝심 있는 분들이 나라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9년 11월 9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우리와는 전혀 관계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행동인 것이다.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은 어떤 사건인가?
1996년 9월 18일경 강릉지역으로 침투하여 작전을 하던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이 우리 어선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좌초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잠수정에 타고 있었던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 26명은 잠수함을 버리고 강릉 일대로 침투하였다. 당시 우리 군은 49일간 소탕 작전을 벌이면서 육군 28개 부대, 해군 1대 함대, 공군 1개 전투비행단과 수십만 명의 예비군을 투입하였다. 이 작전은 일일 평균 4만 2천여명이 동원된 거대한 작전이었다. 이 작전에서 우리 병사 12명, 예비군 1명, 경찰 1명, 민간인 4명이 사망하였고, 27명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은 약 2천억 원에 달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에서도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었다. 같은 해, 9월 24일 미 FBI는 미 해군 정보국 컴퓨터분석관으로 근무하던 ‘로버트 김’을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와 관련하여 미 해군성의 군사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긴급체포 하였다.
‘로버트 김’은 미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간첩음모죄로 징역 9년에 3년의 보호감찰을 선고받고 펜실베니아 알렌우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하였다. 이로 인해 ‘로버트 김’은 1998년 파산하게 되었다.
1999년 11월 9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우리와는 전혀 관계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로버트김이 미국의 시민권자였기에 일부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한국의 통일을 위해서 북한 정보를 넘겨주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상황이었기에 우리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게 행동을 하였다는 비판도 일었다.
‘로버트 김’이 주미 한국 대사관 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넘겨준 자료들은 미 해군정보국에서 입수되는 한반도 주변 시간별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었다.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잠수함이 2척이었는데 좌표상으로는 1척만 움직이고 있어 1척이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려 준 것이다.
‘로버트 김이 백동일 대령에게 전달한 정보는 기밀로 지정되지 않은 자료들이었다. 주 내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과 조선인민군의 동요 여부, 국제사회가 보내준 식량이 인민군에게 유입되었는지 여부, 휴전선 부근의 인민군 배치 실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해외로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무기 현황, 조선인민군 해군의 동향, 주민의 탈북실태 등이었다. 개중에는 북조선의 내부 소요 진압용 무기 구매 첩보도 담겨 있었다. ’로버트 김‘은 이들 자료가 뉴질랜드나 호주와 같은 다른 우방국과 미국이 공유했던 자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나라도 완전한 우방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었고, 당시 김영삼 정부는 클린턴 정부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저지하고, 일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민족’을 내세우는 등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기에 미 행정부는 ‘로버트 김’이 사실상 적성국에게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로버트 김’은 "(체포)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내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발뺌했을 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꾸준히 성원해준 국민들 덕분에 무사히 풀려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 CEO, '복잡한 규제와 작은 내수시장' 애국심 없으면 사업하기 힘들다
이처럼 미국이 스파이로 간주하여 체포한 ‘로버트 김’을 한화 김승연 회장은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줄을 알면서도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것이기에 김승연 회장의 애국심이 돋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도 포기한 일을 한화 김승연 회장이 한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연말에 방위사업법에 의해서 방산원가 및 회계자료 등을 공개하는 등 복잡한 관리과정을 거치지만, 내수 시장이 적어서 마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또 각종 절차가 너무 복잡하여 각 기업들이 쏟아 붓는 에너지 대비 성과가 매우 열악한 산업이다. 어지간한 애국심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산업인 것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삼성과 두산이 포기한 방산분야를 모두 인수하여 각종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고 있다. 한화탈레스의 한 직원은 “삼성탈레스에서 한화로 넘어오니 연봉이 적어서 좀 실망했는데, 연구개발비는 삼성에 있을 때 보다 10배 정도는 더 쓰는 것 같아서 마음껏 연구할 수 있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비단 김승연 회장 뿐만 아니라,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 CEO들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며 실패하면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서 투자를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 및 세금이 발생하고, 이런 것들이 지난 수 십 년간 쌓여서 6.25 때 폐허가 되었던 한국이 불과 60년~7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5년 8월 12일 LG는 8월 4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장병 2명에게 각각 5억 원씩 위로금을 지급하였다. 그 외에도 수해 등 각종 재난발생 시, 가장 앞장서서 큰 액수의 기금을 내는 집단이 국내 대기업들이다.
정치권에서 ‘최순실 청문회’를 한다며 바쁜 대기업 CEO들을 불러내어 ‘대기업 혐오증’을 확산시키고 있으나, 국내 대기업 CEO들은 음지에서 나라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도 포기한 일을 위험을 무릎 쓰면서 자비로 하는 등 각자 위치에서 애국심을 갖고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기에 대기업 CEO들을 ‘색안경’을 끼고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