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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최대의 적은 무관심과 방임

자녀 성적 외에는 관심 없는 부모 ‘착한 학생을 불량 청소년으로 만들어’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얘가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안 해 준 적이 없어요. 모든 것 다 해주고, 다 사주다 보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어려서 고생은 사서라도 시킨다는데 내가 잘못한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좀 호되게 꾸짖어 이 아이가 정신 번쩍 들게 좀 해 주십시오.” 자녀와 함께 상담하러 온 엄마들 상당수가 자리에 앉으며 맨 먼저 하는 말이다.

 

가만히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학생에게 “우리 같이 이야기 해 볼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학생들은 엄마가 밖으로 나가야 상담을 하겠다고 우긴다. 엄마를 일단 밖으로 내 보내고 상담자는 어떤 말을 해도 원하지 않으면 엄마에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고,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경청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면 대부분 아이들은 입을 연다. “엄마는 과외 시켜주고, 학교와 학원에 태워주고, 시험 못 치면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며 꾸중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해 주는 것이 없어요. 아빠는 늘 늦게 오시고, 어릴 때 고생한 이야기나 하며 저 더러 참을성 없다고 나무라시기만 합니다. 시험 성적이 안 좋을 때마다 되풀이 되는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냉소적인 표정이 저를 미치게 만듭니다. 내가 왜 힘들어 하는지 들어주려고 하지 않아요.”

 

오늘의 부모는 돈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자녀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기 않는다. 다양한 캠프, 문화 탐방, 해외 연수 등 그 종류는 이름을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렇게 밀어 주고 난 뒤, 아이가 기대에 상응하는 성취를 즉시 얻지 못하면 대다수 부모는 자녀를 혹독하게 질책한다. 아이를 공부하게 하려면 부모는 아이의 양육에 따르는 모든 수고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그 일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아이가 60점을 받아오면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며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고, 부족한 40점에 대해 부모가 격려하고 도와 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을 기뻐해야 한다. 성장기에 다양하게 자극을 주고 많은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신뢰, 가슴 뭉클한 감정교류는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자녀에 대한 무관심과 방임이 지금보다 더 심했던 적은 없을 것이다. 어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몇 해 전 실시한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중 방임(37.7%)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방임을 다시 정서적 학대(30.1%), 신체적 학대(26.1%),성적 학대(5.1%), 유기(1.1%) 등으로 세분했다. 정서적 학대는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고 신체적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부모가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전체 아동 학대의 79.6%는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학대 행위자의 81%가 부모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최고의 후원자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방해자가 될 수 있다. 오죽하면 일찍이 루소가 “에밀” 서두에서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착한 존재가 사람의 손에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라고 했겠는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지금 끼니를 거르고 헐벗은 아이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가난과 결핍이 물질적인 것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고 아침부터 잘 때까지 자녀 교육의 대부분을 남에게 맡겨 놓고 있는 부모는 자녀에 대한 무관심과 방임이 얼마나 심각한 학대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가난보다도 무관심과 방임에 의한 정신적인 허기와 추위는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과 행복감은 물질적인 것과 꼭 같이, 때로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아이와 함께 몸을 많이 움직이고, 아이에게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무서워하고, 분노하며 진한 공감대를 형성할 때 우리 자녀는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게 되며, 커서 스스로를 잘 다독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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