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균열로 생긴 패권국 부재 가능성을 보고, 가장 먼저 영국이 남태평양에서 구 식민지들과 자유 무역 협정을 통해 세력을 규합하며 제 2의 대영제국 건설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지난 8일 러시아 매체 "New Eastern Outlook(신동방전망)"이 전했다. 게다가 최근 영국은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2대 무기 수출 국가로 등극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 다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도 끼고 싶어 안달이다. 현재 남태평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 보자.
EU에서 47년이나 보낸 영국이, 더 이상은 이들과 동맹으로 남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계산 하에 탈퇴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던져준 신조어가 있다: 바로 "브렉시트"다. 그 결과로, 이제 2021년 1월 1일부터, 더 이상 영국은 과거 EU라는 테두리 안에서 체결된 무역 협정에 따라 EU 바깥에 있는 외국 파트너들과 무역을 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향후 2년 동안, 런던은 WTO의 규정에 따라 세계 168개국과 759개에 달하는 무역 및 경제 협정을 개별적으로 재협상해야 한다. 이는
특히 과거 영국 식민지들에게 해당되는데, 그 중 많은 나라가 남태평양에 있다.
비록 남태평양 전체 인구는 약 4300만 명으로 소수지만, (호주:
2500만 명, 파푸아 뉴기니: 900만 명, 뉴질랜드: 500만 명, 피지: 90만 명, 기타 도서국 및 위임 통치국들: 각각 10만~50만 명) 여전히 인구 6700만인 영국에게 있어 탐나는 시장이다. 남태평양에서도, 영국과 2020년 6월부터 적극적으로 자유 무역 지대를 협상해 온 호주와 뉴질랜드 등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두 나라에게 있어 런던은
전략적으로 또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어 최대 도서 국가인 파푸아 뉴기니와 피지가
있는데, 2019년 3월 중순, 런던은 이들과 더불어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되는 '영국-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EPA)'을 체결한 상태다. EPA는 개발도상국과 맺는 자유 무역 협정의
일종으로, 이에 따라 피지와 파푸아 뉴기니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모든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고, 영국 수출품에 대해서는 약 80%에 달하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특히 영국의 수입 품목 중,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인 자당의 경우 전통적으로 피지에서, 식물성
기름(팜 오일)은 파푸아 뉴기니에서 보내는, 오랜 기간 확립된 무역 관계로 인해, 무역 매출은 연간 3억 69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사모아 섬과 솔로몬 섬이 무역 협정 서명을 위해 기다리고 있고, 바누아투와
통가도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전체 섬나라들은 참치 같은 어류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어업 생산품 또한 영국으로 보내는 수출 목록에 올라있다.
과거 식민지의 본국이었던 영국 입장에서는
기계, 의약품, 서비스를 남태평양 국가에 판매하는데, 이중 서비스가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섬나라들과 EPA 협정을 더 신속하게 타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원 수단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런던은 이들에게 공적 개발 원조(ODA) 증액을 강조하며 대규모 무역
흑자를 약속하고 있다.
게다가 2019년 3월 초, EU는 피지, 사모아, 바누아투 등을 조세 피난처로 블랙 리스트에 올렸다. 그러나 묘하게도, 불과 며칠 후, 앞서 언급한 EPA 무역 협정에 이들 국가와 런던이 서명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또한 같은 기간인 2019년 3월, 런던은 태평양 부상(Uplift) 전략을 발표하고, 사모아, 바누아투, 통가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이미 외교팀이 피지, 파푸아 뉴기니, 솔로몬 제도에 자리를 잡은 가운데, 영국은 현재 이 지역에서 프랑스, 독일, 대만, 인도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 나라들과 위임 통치국들에 영국보다 더 많은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 미국, 중국 뿐이다.
남태평양은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미국에
속한 12개의 도서 독립국과 13개의 속령으로 이루어진 지구 상에서
가장 광활한 지역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영국 역시, 태평양
한가운데 거주민이 50명 안팎에 불과한 핏케언 제도(Pitcairn
Islands)라는 작은 해외 영토를1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영국은 태평양으로 군함을 보낼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01년 마지막으로 이 권리를 행사한 뒤, 영국은 핏케언 해역
순찰 권한을 뉴질랜드와 프랑스로 이양했는데,
그러한 상호작용이 3국간 관계 강화에 매우 유익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 즉 호주, 프랑스, 미국의
방어 전략 측면에서 보면, 태평양 역내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호주다. 일찍이 1944년 1월, 호주와 뉴질랜드는 캔버라 협정에 서명한 바 있는데, 이로써 호주, 뉴질랜드, 오세아니아 북동 아구(subregion)인
멜라네시아 전체를 포괄하는 "지역 방어 구역"이
확립됐다. 멜라네시아가 파푸아 뉴기니, 피지, 사모아, 솔로몬 제도, 바누아투, 통가 등 영국과 EPA 무역 협정을 맺고 있거나 곧 체결할 나라들의
본거지임을 기억해보자.
2년
전, 중국이 이미 파푸아 뉴기니, 피지, 바누아투와 무역 · 경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추진과 병행해서 군사 기지 배치 가능성을 놓고 협상을
시작하려 시도했지만, 호주의 외교 노력으로 막혔던 사실을 기억하는지…
게다가, 호주는 자체 군사력 강화를 위해 파푸아 뉴기니,
피지와 가까스로 협상을 타결했다. 호주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멜라네시아의 "방어 구역"내 영향력 유지에 관심이 높으며, 이를 위해서는 영국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2019년 2월 호주는, 프랑스에서 12척의 잠수함을 주문했고, 대규모 국방비 지출이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게도 호주 국방력 강화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해마다 영국이 무기 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19년, 프랑스, 러시아
같은 경쟁국들을 따돌리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며, 무기 판매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이 '싱가포르의
기적'을 모방하며 역외 지역을 조성해 이른바 '싱가포르 온
템즈(런던 템즈 강에 싱가포르를 구현하겠다는)' 조성 계획을
가지고 전 유럽을 위협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남태평양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복잡하고 다소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어인 영국과 무역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심지어 군사적 관계까지도 몰아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