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BBC는 지난 20일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타일용 접착제 공장을 운영했던 드미트리스는 “우리는 자살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벼랑 끝에 몰리면 뛰어내리거나 끝까지 움켜쥐고 버티거나 둘 중에 하나만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래서 살아남았다”라고 했다.
한때 성공적인 사업가였지만 2011년 경제위기가 닥치자 그의 공장은 파산 직전으로 몰리고 열두 명의 직원들도 생계가 막막해졌다. 결국 그들은 노동자 조합 방식으로 회사 운영을 전환했고, 모든 직원이 똑같은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어쨌든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덕분에 회사는 버틸 수 있었다.
그리스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 ‘새로운 시작, 완전한 변화’란 문구가 있다. 현재 구제 금융에서 벗어나 황폐화된 경제를 재건하려는 많은 그리스인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파산 선고
2010년 그리스 당국은 그동안 숨겨놓았던 어마어마한 양의 재정적자를 공개하며 EU와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더이상 숨길 수도 버틸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 차례에 걸쳐 3천3백억 달러를 빌렸다. 그 와중에 혹독한 재정 긴축도 강요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돈이 없었다. 당시 BBC는 월급과 연금 삭감, 세금인상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수만 명의 그리스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대중이 느꼈던 절망은 급기야 집단 분노로 발전되었고 아테네 시내는 과격한 시위대와 전투 경찰의 격렬한 전장(戰場)이 되었다. 특히, 그리스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은 최루가스와 섬광탄이 발사되고, 화염병이 날아다녔다.
한때 그리스의 실업률은 28%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20%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경제규모는 4분의 1로 축소되고 말았다.
2017년 그리스 경제는 1.4% 성장했다. 경제부 차관 알렉시스 해리시스는 “그동안 국민들이 겪은 고통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2017년의 경제성장은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그런 상황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곧 반영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신(新)빈곤층
하지만 그리스 경제는 이제 겨우 산소호흡기만 뗀 상태에 비유되고 있다. IMF는 그리스의 상황에 대해 예맨, 리비아, 베네수엘라, 적도 기니보다 조금 나은 상태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아테네 시내의 한 무료급식소에는 여전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로 복잡하다. 그들은 21세기 유럽에 살면서 경제위기로 인해 집과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아테네 시내의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타소스씨는 채소를 썰어서 거대한 냄비에 던져넣으며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구제금융 졸업은 그저 서류상의 이야기고 현실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부심 강했던 많은 그리스 국민들이 이제 스스로 당당함을 잃어가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54세 여성 포티니씨는 “아직 경제 위기가 끝난 게 아니다. 많은 시민들이 일할 곳이 없어서 매일 스트레스와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손녀에게 작은 선물조차 사줄 수 없다. 집에서 편하게 손자들을 돌보며 살고 싶은 게 바램이다.”라고 했다.
경제위기 때문에 그리스를 빠져나간 인구는 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경제부활의 동력도 생길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희망의 불꽃
반면 다른 직원은 ‘경제위기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유로존 탈퇴는 면한 것 같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경제위기 중에 그리스를 찾은 외국인들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와 상가의 모습을 보면서 ‘경제위기가 맞나?’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가게들의 셔터가 내려져 있고 노숙이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예전의 그리스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풍경이다. 그리고 끈끈한 가족애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던 이 나라에서 많은 가정들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경제위기가 닥친 지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느끼고 있다. 관광업 경기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관광객 수는 3천2백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2010년에 비해 두배 증가한 숫자다. 경제 위기가 끼친 충격은 아마 다음 세대까지도 이어지겠지만 확실히 희망의 불빛은 깜빡거리고 있었다고 한 신문은 전했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마크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