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난 18일 이탈리아 모란디 다리 붕괴 사건과 관련하여 콘크리트 건물 자체에 대한 보편적인 특성과 문제점을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하며 유럽, 아시아, 미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콘크리트는 내구성이 매우 높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콘크리트 건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 판테온 신전의 지붕은 무려 AD125년에 지어졌다. 하지만 그런 콘크리트 구조물도 비극적인 붕괴사건을 일으킬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1967년 완공된 제노바 모란디 다리가 지난14일 붕괴되면서 38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그 대상은 교량의 관리를 맡고 있는 업체, 설계자, 그리고 국내외 정치인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 사건에는 단순히 이탈리아 국내 문제로만 여길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신문은 꼬집는다. 모란디 다리를 지탱하는 것은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건축 재료인 동시에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넣어 보강하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공법이다.
판테온 신전에는 콘크리트 이외의 어떤 보강물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 점이 큰 차이다. 보강물을 첨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철근을 넣거나 체인을 연결하는 것이 콘크리트 건축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철강을 넣은 콘크리트 건물은 모르는 사이 점점 약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혹독한 날씨, 과중한 교통량에 의한 강하고 지속적인 진동, 기반 자체의 움직임 등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콘트리트 표면에 금이 가고 틈으로 물이 흘러들어감에 따라 부식하기 시작하면 구조물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나 교량은 일상적으로 많은 압력을 견디고 있으며 특별한 지지대 없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써서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교량의 안전성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부실공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1960년대에 건설된 교량인 경우 자체의 내구성에 비해 과중한 압박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건설당시보다 교통량이 현저히 증가했고 차량의 크기가 평균적으로 커지고 대형트럭들은 훨씬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극적인 날씨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콘크리트는 기온에 따른 팽창 및 수축률이 비교적 큰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한편, 강수량 증가로 물이 불어나면 다리를 받치고 있는 교각이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천재지변이 닥치지만 않는다면 보강 콘크리트로 건설된 다리는 붕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정기검사에서 서서히 약화되고 있는 부분을 감지하지 못하고 보수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콘크리트 다리에 대한 정기 안전성 검사와 유지보수는 비단 이탈리아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의 교량들도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1999년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교량 중 30%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는데 보강물의 부식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하며, 올해 미국에서 조사된 613,000개의 교량 중 54,000개 이상이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다리위로 하루에 지나가는 차량의 숫자는 무려 1억 7천 4백만 대에 달한다.
현재의 교량들은 대부분의 경우 백년 정도를 기대수명으로 설정하고 건설되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예상보다 빨리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50년 정도가 지나면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제 신기술의 개발로 안전성 검사는 보다 정밀해졌을 뿐 아니라 그동안 우수한 보강물도 많이 개발되었으므로 새로 다리를 건설하는 비용이 유지보수 비용보다 오히려 저렴해 졌다고 한다.
보강 콘크리트로 거의 뒤덮이다시피한 현대 도시들의 상황은 콘크리트 건물의 안전성 문제가 비단 이탈리아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모란디 다리의 붕괴문제를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번역 : 글로벌디펜스뉴스 외신번역기자 이정한)